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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장르를 파괴 당한 결말

by 오드레인 2022.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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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막내아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JTBC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총 16부작으로 2022년 12월 25일 종영했습니다. 원작은 웹소설계에서는 재벌물 장르를 혁신시킨 선구작. 2022년 현재까지도 <재벌집 막내아들>에 비견될만한 재벌물은 없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웹소설 댓글에 보면  제발 잠 좀 자고 싶다는 하소연이 있을 만큼 몰입도 있는 작품입니다.  드라마 또한 배우들의 열연에 수도권 기준 시청률 30%까지 찍으면서 성공적으로 종영을 했지만 결말의 반전이 너무나도 이상하여 현재 아쉬움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줄거리 

대기업 순양가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충직한 비서, 윤현우는 순양가에 버림받고 현생에서 죽게 됩니다. 다시 깨어난 그는 1987년 최고 금수저 집안인 순양가 진양철 회장의 막내손자 진도준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자신을 죽인 순양가에 대한 복수심으로 순양가를 집어삼키겠다 다짐하고 미래를 알고 있다는 무기로 땅, 주식, 투자등을 이용하여 점점 자산을 증식시켜 가고 순양의 창업주 진양철 회장의 신임을 얻으며 후계자 자리까지 가게 됩니다. 순양의 다음 주인이 되기 위해 진양철 회장의 자식들인 진영기, 진동기, 진화영 등과 경영권 싸움을 하다 모든 것을 끝내고 이제 순양의 진정한 주인이 될 시점에 살해 사주를 받은 트럭에 사고를 당해 진도준의 삶은 끝이 납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죽은 줄 알았던 윤현우의 몸이었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다 꿈이었습니다. 순양 저승사자인  서민영 검사와 함께 순양 일가의 경영권을 모두 뺏고 복수를 마칩니다. 

 

 

원작과의 차이점으로 생긴 문제점 

현재 <재벌집 막내아들>의 종영 이후 결말을 두고 아쉬움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원작과는 완전히 달라져버린 결말을 떠나 기존의 설정들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떡밥회수도 안되었으며 현재 작가가 중간에 교체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안에 급하게 이야기를 끝내야 하면서 생긴 허술함들이 더욱더 아쉬움으로 남고 있습니다. 사실 결말이 이렇게 나올지는 몰랐지만 초반 부분에서 몇 가지 원작과 달라진 설정에 결말 또한 원작과는 다를 것이라는 예측을 했었습니다. 첫 번째는 윤현우가 현생에서 순양에 배신당하고 죽임을 당할 때 드라마에서는 누구의 지시로 인한 죽음인지 알지 못했지만 원작에서는 진영기 회장의 지시로 죽임을 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순양가 전체에 대한 복수심도 있지만 그중 누가 자신을 죽이라고 한 범인인지 찾아야 하는 숙제가 생겼습니다. 두 번째는 이게 가장 큰 문제인데 진도준으로 회귀했을 때 윤현우가 존재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입니다. 원작에서는 윤현우라는 존재는 없고 윤현지라는 딸이 있는 반면 드라마에서는 윤현우가 그대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결말을 본 뒤에야  윤현우로 다시 돌아와 복수를 마무리한다는 설정을 위해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굳이 이런 식으로 결말을 바꿨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회귀물, 시간여행에 적용되는 이론들

 웹소설, 웹툰, 드라마등에서 회귀물이 유행처럼 번져 간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 또한 회귀를 기반으로 한 웹소설계의 재벌물 장르의 효시인 작품입니다. 회귀물은 기본적으로 현재 삶에 대한 불만과 후회가 기본 바탕으로  과거로 돌아가 삶을 바꾸고 싶다던지 이세계처럼 아예 다른 세상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 또한 윤현우가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진도준의 몸으로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내용입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은 시간여행.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빙의라는 표현을 쓸 수 있고 실제로 드라마 속에서 진도준(윤현우) 또한 본인에게 생긴 일에 대해 혼란스러워합니다. 

보통 시간여행 등을 다루는 여러 창작물에서 자주 나오는 클리셰는 타임 패러독스입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과거를 바꾸게 된다면 미래는 어떻게 되는가? 예를 들어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나를 죽인다면 현재의 나는 존재할 수 있는가? 과거에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가 시간여행을 통해 오게 되면 그로 인해 생겨나는 모든 사건들이 미래를 바꿀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과거로의 시간 여행 자체가 모순을 유발하므로 그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성립할 수 없다'라는 이론입니다. 타임패러독스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창작물의 클리셰일뿐 과학적인 용어는 아닙니다. 좀 더 깊게 들어가자면 과거로 돌아가 역사가 바뀔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가변역사와 불가변역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초반부는 과거로 돌아간 윤현우가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미래를 바꾸는 것처럼 보여 가변역사로 보였지만 결국에는 일어날 역사는 결국 일어난다는 불가변역사의 원칙대로 죽음을 당하고 본래 몸으로 돌아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보면 주인공 쿠퍼는 5차원 시공간 속에서 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과거에 자신이 유령이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사실은 5차원 시공간에 있는 현재의 본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것 또한 불가변역사의 예입니다. 시간이동 자체가 원래 역사의 일부라는 설정입니다. 어렵습니다.

시간여행물에서 이 어려운 사항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2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평행세계입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마블사의 <닥터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있습니다. 원작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 도 손쉽게 이 방식으로 시작하고 끝이 맺었습니다. 똑같은 세상처럼 보이지만 진도준으로 회귀했을 때의 과거에는 윤현우 본인의 존재는 없습니다. 다시 미래로 돌아가지도 않습니다. 같은 사건들이 같은 시기에 일어나지만 본인의 존재가 없다는 것 만으로 앞으로 생겨날 설정상의 많은 문제들이 없어집니다. 그냥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반대로 드라마는 원작과는 다른 포인트를 주기 위해 다른 방식을 택하게 됩니다. 

두 번째 해결방법은 '아 시발꿈'입니다. 병맛 만화에서 유래된 말로 일장춘몽 같은 내용의 소재에서 많이 쓰입니다.

'아 다 꿈이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과거로 돌아간 2화부터 15화까지 열심히 진도준의 인생을 살고 이제 본인이 원하던 목표까지 다 왔는데 갑작스레 16화에서 꿈이었다를 시전 했기 때문에 보는 사람도 허무하고 이도 저도 아닌 장르가 되어 버렸습니다.  시간여행, 빙의 아무 제약에 걸리지 않습니다. 다 꿈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로 돌아온 윤현우의 대사를 보면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이 꿈인 것처럼 표현되는데 진도준으로 살면서 행했던 일들이 현실로 돌아온 윤현우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오세현, 서민영이 윤현우의 모습에서 진도준의 모습을 떠올림) 이건 꿈도 아니고 회귀도 아닌 혼종 장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추천작 

설정의 붕괴. 스토리의 오류 정도는 배우의 연기력으로 모두 커버할 만큼 굉장히 인상적인 배우분들의 연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원작을 좋아하는 만큼 더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교하며 바라보기도 했지만 글을 보고 상상했던 인물들이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진양철 회장을 연기한 이성민 배우의 연기가 압권입니다.  원작은 재벌, 정치, 경영, 투자와 같은 내용들이 조금 더 디테일하고 적나라하게 나오기 때문에 평소에 그런 쪽으로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는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지만 드라마는 좀 더 편하게 이해할 수 있게 각색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실제 사건들이 각색되어 에피소드로 나오기 때문에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겪었던 사건들을 기억해 보며 몰입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

개인적으로 드라마 속 진양철 회장의 마지막이 섬망증상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다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 부분이 가장 아쉽습니다. 윤현우는 처음에는 순양가에 대한 복수심과 순양을 차지하겠다는 마음만 있었지만 오랜 시간 진양철 회장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윤현우가 아닌 진도준으로서의 삶을 살게 됩니다. 자식보다 순양을 소중히 여겼던 진양철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결국 2대 회장이 되는 진도준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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